영화리뷰 / / 2022. 6. 5. 05:33

공기살인 재난실화 가족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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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사람들의 폐에서 섬유화 증세가 일어나 신고된 사망자만 1,740명이고 부상자 4,500명 이상에 달하는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화학 참사를 다룬 내용의 영화입니다. 국가기구인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연구 결과, 신고되지 않은 사례를 포함해 사망자 약 20,000명, 건강피해자 약 950,000명으로 추산되었습니다. 사망자의 대부분은 임산부와 영유아였으며, 세계적으로도 이 정도 규모의 화학물질 재해는 극히 드물다고 합니다. 공기 살인은 가습기 살균제에 의한 사망 사건을 다룬 실화를 토대로 재구성한 이야기입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참으로 가슴 아픈 내용이었습니다. 

공기살인 재난실화 가족영화

공기 살인의 줄거리

주인공 정태훈(김상경)의 아들은 어느 날 실내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고 있는 중에 갑자기 쇼크가 와서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됩니다. 의사인 정태훈은 아들이 폐가 딱딱해지는 폐질환인 것을 알아냅니다. 아들을 입원시키고 정태훈의 아내 한길주(서영희)는 아이의 물건을 챙기러 집으로 갔다가 갑자기 쓰러져 사망하게 되는데 아들과 같은 증상이었습니다. 불과 5개월 전 받은 건강검진에서 아무 문제가 없던 아내 한길 주의 몸 상태가 급성 폐질환이 온 것이 의심스러운 태훈은 부인의 몸을 부검하기로 합니다. 죽은 한길 주의 동생 한영주(이선빈)는 검사입니다. 형부인 태훈과 함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수사하기 시작하지만 윗선의 방해로 수사가 막히고 언론에 제대로 알리지도 못하게 되자 결국 검사를 그만두고 변호사로 직업을 변경해 조사를 시작합니다. 태훈과 영주는 폐질환에 관한 원인을 알아내고 피해자들을 찾아가 자료를 수집해 급성 폐질환의 비밀을 밝혀내기 시작합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가족 재난영화

1994년 가습기 메이트가 최초로 출시되었고 이후 SK케미컬, 옥시, 엘지 생활건강, 애경, 롯데홈쇼핑, 이마트, 홈플러스 등의 기업들이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했는데 한번 사용하기 시작한 가정은 문제가 터지기 전까지 지속적으로 사용했을 것 같습니다. 신고된 사망자 1700여 명 부상자 4500여 명으로 집계되었지만 신고되지 않은 사례를 포함하면 사망자만 2만여 명으로 피해자가 95만 명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태훈은 의사였기에 뭔가 밝혀 낼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아무것도 모른 채 자식과 부인의 죽음을 지켜볼 수밖에 없지 않았겠나 생각되었습니다. 대다수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도 그냥 그렇게 원인도 모르고 사망한 참으로 안타까운 사건입니다. 실제 소송이 시작되었을 때 가습기 살균제 회사는 김앤장 로펌을 변호인으로 두었고 국가는 기업의 잘못을 국가가 배상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살균제 기업들은 정부의 약 9000억에 달하는 피해 보상의 조정안을 거부했으며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제대로 진행이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피해 조정 위원회의 기한이 2022년 4월까지라고 합니다. 영화 속의 위험성 연구 조작에 대한 부분도 실제 있었던 이야기인데 관련 연구자들은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와 협력하여 위험성을 축소하고 은폐하였으며 조작까지 하며 재판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극 중 캐릭터들의 연기

주인공인 김상경 배우의 최근 영화로 가습기 살균제로 아내를 잃고 아들까지 급성 폐질환으로 생사가 오가는 의사이자 아버지의 역할을 무난하게 잘한 것 같습니다. 악한 역과 착한 역 모두 잘하는 윤경호 배우가 가습기 회사의 서우식 역을 맡았는데 영화적인 재미를 위해 후반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앞의 상황을 완전히 뒤집어버리는 전개라 조금은 어색했습니다. 서우식 역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대로 캐릭터를 고수하는 게 더 나을 듯싶었습니다. 가슴 아픈 사건에 영화적인 재미보다는 최대한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 스토리를 보여주는 것이 좋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영화는 반전이나 재미가 있으면 안 된다는 것 까지는 아니지만 영화 자체가 스릴러를 표방하고 만든 영화도 아니기 때문에 그대로 담아내는 것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가습기 회사의 조 대표(장력진), 박 의원(장광), 지검장 출신 변호사 정경한(송영규)까지 완전 인간이길 포기한 캐릭터들을 보면서 감정 이입되어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했습니다. 살균제 기업의 조 대표보다 재판을 방해하려는 변호사 정경한이 더 나쁜 악질로 보였습니다. 어디까지가 실화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이런 방식이라면 평범한 시민들이 모르고 당하게 되는 피해는 진실을 알아내기는커녕 보상받기가 쉽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에서 김정태가 맡은 배역인 카센터를 운영하는 현종은 가족을 잃고 술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는데 그는 가족을 잃은 데다가 병원비를 감당하기 위해 주위에서 많은 돈을 빌려 경제적인 부분에서도 타격을 입었기에 그의 선택도 공감이 갔습니다. 실제로도 병원비로 많은 가정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는데 피해자들의 이후의 모습들도 다양하게 보여주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반복되면 안 되는 일

한 동안 잊고 있었던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지난 일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의 죽음과 고통이 있습니다. 그 고통을 무엇으로도 보상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고통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한 아쉬운 것은 이런 큰 사건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은 극장가에서 그리 오래 상영되지 않은 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더 긴 상영일자로 더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경각심을 갖게 해야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피해자 가족들이 제대로 된 보상을 받고 다시는 이런 대참사가 일어나기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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