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육 / / 2024. 6. 17. 09:00

[초등메타인지학습] 맥락을 이해하면 메타인지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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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은 학습할 때 보통 어떤 것들을 배우고 기억할까? 여기 유치원생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아이는 유치원에서 이제 막 한자를 배우기 시작했다. 수업 시간 아이는 책상에 얌전히 앉아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을 듣는다. 이때 아이가 배우는 것은 한자가 전부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아이는 선생님의 특이한 말투나 제스처, 교실의 분위기, 옆에서 친구들이 공부하는 모습 등을 기억하고, 이런 외적 내용은 한자와 더불어 '추가 학습 자료'처럼 아이에게 저절로 학습된다.

 학습할 당시 '자신의 컨디션'도 학습 내용에 포함된다. 같은 한자를 배우더라도 아이가 수업 당시 기분이 좋은 상태라면 '기분 좋은 한자'가, 기분이 나쁜 상태면 '기분 나쁜 한자'가 될 수 있다. 우리도 모르게 포함이 되는 '맥락 context', 즉 사건과 물건이 서로 관련되어 이어져 있는 관계 전체가 기억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경우 파악하기 힘든 게 바로 맥락이다. 만약 선생님이 밝은 목소리로 '부모'라는 한자를 아이에게 가르쳤다고 치자. 아이에게 그것이 '기분 좋은 한자'로 기억된다 해도 시간이 지난 후 그 맥락이 어떤 효과를 불러오는지는 구체적으로 알기 어렵다. 어렴풋이 추측만 가능할 뿐이다. 예를 들어 방학 내내 한자에 대한 생각을 잊고 지내던 아이가 개학 후 유치원에서 선생님의 밝은 목소리를 듣는 순간 '부모'라는 한자를 떠올릴 수도 있는 것이다. 

 많은 심리학 연구에서는 맥락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어떤 것을 학습할 때 배우고자 하는 내용과 맥락을 함께 배우면 나중에 그 내용을 기억해내고 싶을 때 맥락이 그것을 떠올리게 도와준다'고 말이다.

 

[초등메타인지학습] 맥락을 이해하면 메타인지가 보인다

'같은 맥락'의 중요성

 장기적으로 학습 내용을 기억하고 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공부할 때의 맥락과 기억을 떠올리고 싶을 때의 맥락이 서로 비슷해야 한다. 가령 시험을 볼 때 대개의 아이들은 '힘들다'고 생각하는데, 힘들다는 감정 역시 중요한 맥락 중 하나다. 시험공부를 할 때 '힘들다'는 맥락이 있었다면 시험을 볼 때도 평소와 익숙한 느낌으로 시험을 칠 수 있다. '빠른' 또는 '쉬운' 맥락에서만 공부하면 어렵고 힘든 시험을 치러야 하는 실전에서 별 도움을 받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학습할 때의 '맥락'이 기억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다룬 심리학 실험은 수없이 많다. 그중 하나가 아기의 발목에 모빌 끈을 연결하는 실험이다.

 실험자는 이기의 발목에 모빌을 끈으로 연결한 후, 아기가 발을 움직일 때마다 모빌이 돌아가며 음악이 흘러나오도록 설계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기는 '자신이 발을 차면 음악이 나오고 발을 움직이지 않으면 음악이 꺼진다'는 것을 학습했다.

 그런데 엄마가 아기 침대 시트를 새로운 걸로 바꾸면 아기의 발차기 빈도는 낮아지고, 원래 시트로 다시 바꿔주면 발차기 빈도가 높아졌다. 새로운 이불, 즉 새로운 맥락에서는 아가기 학습했던 것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험이다. 학습한 상황이 달라질 경우엔 이미 학습했던 내용을 회상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가 어린 시절 겪은 무수한 경험이 잘 기억나지 안호는 이유도 이와 유사하다. 성장고 더불어 달라지는 환경, 즉 맥락의 변화가 이와 같은 현상을 불러온다.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짐에 따라 이럴 적 기억을 불러올 수 있는 기초들이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맥락과 관련된 흥미로운 실험이 또 하나 있다. 실험자는 피험자들을 임의로 두 집단으로 나눈 뒤 A 집단에게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B 집단에게는 술을 마시지 않은 맨정신맨 정신 상태에서 단어를 암기하게 했다. 이렇게 서로 다른 두 가지 맥락에서 학습한 후 시험을 보게 하자 흥미로운 결과가 나타났다. 술을 마시지 않고 시험을 치렀을 때는 맨 정신으로 공부한 B 집단의 시험 점수가 높게 나왔지만, 술을 먹고 시험을 치렀을 때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학습했던 A 집단이 더 많은 단어를 기억해 낸 것이다. 이는 '같은 맥락'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결과라 할 수 있다. 물론 학습할 때 술을 마시지 않는 게 가장 좋기는 하지만 말이다.

 학습에 있어 맥락의 중요성을 나타내주는 '전이-적합 처리 이론 transfer appropriate processing, 학습 재료가 나중에 어떻게 이용될 것인지에 따라 달리 부호화하는 것' 은 현재 학계에서도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왜 그런지 그 이유를 살펴보자.

혼자 학습한 내용을 기억할 수 있는 힘

 한국의 시험은 객관식 문제를 중심으로 한다. 아이들의 공부 전략 역시 객관식 문제를 연습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높은 성적을 얻기 위한 좋은 전략임이 분명하지만 장기적 학습 관점에서 보면 그리 좋다고는 할 수 없다. 장기적으로 기억하는 힘, 아이 혼자 학습한 내용을 기억해 낼 수 있는 힘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나는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우리 아이들이 친구들과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길 바라며 그런 기회를 많이 마련하려 한다. 한국 친구를 사귀려는 목적도 있지만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과정이 아이들의 장기 기억에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에서다.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학국 친구드롸 노는 것이 어느 정도 가능했으나,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친구들이 학교와 학원 수업에 쫓겨 우리 아이들과 어울릴 시간이 없다.

 나는 이런 순간을 마주할 때마다 상대 부모에게 '우리 아이들과 놀면 영어를 연습할 수 있다'고 설득한다. 그럴 때마다 돌아오는 대답은 늘 비슷하다.

 "영어 공부는 놀면서 할 수가 없어. 차라리 그 시간에 혼자 시험공부를 하는 게 더 효율적이야."

 '장기적 영어 공부를 위한 시간 투자는 부담스러우니 시험을 대비한 영어 공부로 단기적 효과를 보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가령 수능 시험을 치를 때) 단기적 학습만으론 원하는 바를 성취하기 어렵다. 우리가 그토록 기대하는 아이의 성공은 장기적 학습 방법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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