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육 / / 2024. 6. 18. 09:02

[초등메타인지학습] 전이적합 처리 이론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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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이- 적합 처리 이론에 따라 '공부하는 맥락과 시험 보는 맥락이 같도록 만들면 결과도 좋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을 품게 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우리 아이가 학교에서 공부할 때, 실제 중간고사나 기말고사를 치르는 책상에서 수업을 들으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같은 식으로 말이다.

 그저 학교 시험을 잘 보는 것이 목표라면 전이-적합 처리 이론에 따라 같은 환경적 맥락에서 공부하고 시험을 치르면 된다. 하지만 그 맥락에서 벗어나면 우리의 기억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장기 기억력을 향상할 수 있는 것일까?

 장기 기억 학습법과 관련된 개념 중엔 '가변성variability' 이란 것이 있다. 가변성이란 '다양한 맥락으로 구성된 학습 환경'을 뜻한다. 이러한 가변성을 전이-적합 처리 이론과 결부시켜 생각하면 '다양한 맥락으로 구성된 학습 환경에 기반을 두면 학습한 내용을 오랫동안 잘 기억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인간은 머릿속에 저장된 기억을 꺼내기 위해 '단cue'라는 것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오른쪽 모퉁이를 돌면 대형마트가 있다'는 석이다. 이처럼 맥락 속에는 이러한 단서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기억해 내기 위해 당시 주변에 있던 책상, 선생님과 같은 외적 단서를 사용하거나 취한 상태와 맨 정신, 또는 좋은 기분과 나쁜 기분 등의 내적 맥락을 사용하기도 한다. 맥락의 특정적인 단서에만 의존하지 않고 여러 단서를 종합적으로 사용하여 학습하면 그 맥락과 상관없이 기억하고 싶은 정보를 불러 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떠올리기'에 용이한 도구인 가변적 단서를 잘 사용하는 것이다.

 학습한 내용을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기억하려면 맥락과 단서의 가변성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가변성에 대한 접근 능력을 증진시키려면 여러 가지 맥락 안에서 학습할 필요가 있는데, 이 과정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빠른 학습으로는 다양한 맥락을 구성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초등메타인지학습] 전이적합 처리 이론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조용한 환경이 아이의 기억을 방해한다

 많은 부모가 아이의 장기적인 인생 목표를 설정하는 것보다 눈앞에 닥친 시험 즉, 단기 목표를 달성하는 게 아이에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좋은 성적 받기'라는 단기 목표는 굳이 가변성을 필요로 하지 않기에 아이와 부모 모두 단순한 맥락, 즉 단서에만 의존해도 된다고 착각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한 학기' 라는 기간을 설정한다면 아이에게 기말고사는 비교적 장기적인 목표가 될 수 있다. 중간고사는 단기 목표이므로 가변성에 대한 고려 없이 똑같은 장소, 똑같은 책상에서 공부할 경우 아이는 나름 괜찮은 성적을 받을 수도 있다. 이런 방식으로 원하는 성적을 얻은 아이는 기말고사에서도 같은 방식이 통하리라 믿게 된다. 그런데 생각해 보라. 아이의 진짜 목적은 학교 시험이 아닌 '수능'에 있다.

 수능은 아이가 평소 공부해온 장소나 사용했던 책상에서 치를 수 있는 시험이 아니다. 때문에 환경이 바뀌는 가변성에 적응하지 못하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없다.

 물론 아이가 가변성까지 고려하며 학습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특별한 생각을 하지 않아도 즉각적으로 나오는 행동, 즉 습관을 따르는 편이 더 쉽고 빠른 방법이긴 하다. 아이가 피아노 연주회에서 선보일 곡을 연습한다고 가정해 보자. 오랜 기간 연습해 온 아이들은 대부분 별생각 없이 기계적으로 피아노 건반을 두드린다. 생각 없이 하는 연습이라도 오랜 시간 피아노 앞에 앉아 있다 보면 어느 정도 아이의 실력은 향상된다. 곡을 치는 게 습관으로 형성된 까닭이다.

 문제는 연주회 당일이다. 연주회를 앞둔 아이는 평소와 달리 '긴장'한 상태에서 곡에 집중하게 되는데, 바로 이 '집중'이 아이의 메타인지를 건드린다. 평소 습관처럼 피아노곡을 연습했던 손가락이 머리의 명령을 듣지 않는 것이다. 결국 무대에 오른 아이는 수많은 연습이 무색하게도 악보의 첫 장을 기억해내지 못한다.

 전이-적합 처리 이론과 가변성을 같이 고려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평소 아이가 피아노 연습을 할 때 연주회의 긴장감을 고려했으면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학습도 마찬가지다. 평소 자신이 공부한 자리에 앉아 시험을 보면 아이는 별다른 이질감 없이 안정적인 상태에서 시험에 임할 수 있다. 단순히 물리적 환경뿐 아니라 정신적 상태도 평소와 비슷하게 유지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갑자기 교실이 바뀌거나 예상보다 어려운 문제가 출제되는 등 시험 당일엔 언제나 돌발적 변수가 작용한다. 아이의 기억력을 높이고 싶다면 평소에도 가변성 있는 상황을 경험하거나 다양한 단서를 사용하는 훈련이 이뤄져야 한다. 조용한 환경이 아이의 집중도를 높인다고 생각하는 부모가 많은데 오히려 그런 환경이 아이의 기억을 방해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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