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육 / / 2024. 6. 21. 09:15

[초등메타인지학습] 기계도 메타인지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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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에서 '천재는 시행착오를 겪지 않기 때문에 메타인지를 키우기 어렵다'라고 이야기한 바 있는데, 같은 이유로 메타인지를 키우지 못하는 존재가 또 하나 있다. 바로 기계다. 가령 친구에게 전화를 해야 하는데 핸드폰이 작동하지 않으면 우리를 답답하며 짜증을 낸다 너무 화가 나면 핸드폰을 던져버리기도 한다. '기계는 실수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깨져버린 것에 대한 화풀이다.

 많은 부모가 오지 않은 내일의 행복을 위해 아이들이 오늘을 희생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학교와 학원 숙제에 짓눌리고 성적에 쫓겨도 내일의 행복을 위해 참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지금 행복하지 않은 아이가 커서 행복할 수 있을까? 행복이라는 감정 자체를 느껴본 적 없는 아이가 성인이 된들 무엇으로 행복감을 느낄 수 있을까. 지금 당장 먹고사는 것을 걱정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지구 종말을 걱정해야 하는 것도 아닌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지 나는 정말 모르겠다.

 아이의 행복을 바란다면 부모 자신이 좋아하고 원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좋아하고 원하는 일을 찾아야 한다. 오롯이 성적이 아닌 아이가 꾸는 꿈에 다다를 수 있는 공부를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들은 자기 자신을 공부하는 기계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한국 보습학원의 광고 문구들을 보면 '빠른' '쉬운' '실패 없는' '단 하나의' '절대적인' 등의 단어가 많이 등장하는데, 이는 모두 기계를 묘사하는 단어다. 모든 아이는 천재가 될 수 없다. 아이들은 실패와 실수를 거듭하며 배우고 학습하며 성장한다. 혹 부모인 우리가 실수나 실패를 반복하는 아이들을 먹통인 핸드폰처럼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 아이가 기계처럼 한 치의 오류 없이 돌아가길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부모의 생각이 전달되어 아이들이 자신을 기계라고 느끼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문제다.

 

[초등메타인지학습] 기계도 메타인지가 있을까

인간과 기계의 결정적 차이를 만드는 그것

 인지심리학이 인기를 얻기 시작했을 당시 연구자들은 인간을 '기계'와 같은 아날로그적 존재로 여겼다. 인간의 기억을 부호화 encoding 하고 인출 retrieval 하는 것을 컴퓨터의 입력 input과 출력 output에 대응하여 생각하거나 기억에 대한 계산적 모델들을 그려보기도 했다. 

 1950년 영국의 수학자, 논리학자인 앨런 튜링Alan Turing은 <계산기계와 지성 Computing Machinery and Intelligence>라는 논문에서 기계(컴퓨터)가 사람처럼 사고할 수 있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그는 이 논문을 통해 기계와 대화를 나눈 사람이 자신이 대화를 나눈 상대가 기계인지 알아채지 못하면 기계도 생각할 수 있는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튜링은 현재 인공지능 연구에서 컴퓨터의 독자적 사고 여부를 판별하는 주요 기준으로 널리 인정받고 있는 튜링 테스트 Turing test의 창시자이기도 하다.

 '인간의 인지를 모방한 기계가 인간과의 게임에서 승리한다면, 기계의 인지가 사람의 인지와 유사해졌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생각을 기반으로 1991년 이후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매년 흥미로운 튜링 테스트가 벌어졌다.

 미국의 유명한 발명가 휴 뢰브너Hugh Loebner와 케임브리지행동연구센터 Cambridge Center for Behavioral Studies 가 공동으로 제정한 '뢰브너 상 The Loevner'은 매년 개최되는 채터봇 Chaatterbot(음성이나 문자를 통한 인간과의 대화를 통해서 특정한 작업을 수행하도록 제작된 컴퓨터 프로그램) 대회로 뢰브너 상 역시 튜링 테스트를 기반으로 한다.

 대중에게 인공지능에 대한 본격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은 1996년 체스 챔피언 가리 가스파로프Garry Kasparov와 체스 게임에서 승리한 로봇 Deep Blue고, 현재 가장 세계에서 유명한 인공지능은 2015년 바둑으로 이세돌 9단을 이긴 알파고 AlphaGo다.

 딥 블루와 알파고를 보면 인지적인 면에서 기계가 인간보다 뛰어난 수행 능력을 보이는 게 분명함을 알 수 있다. 단순히 계산기만 봐도 인간의 능력을 훨씬 앞서지 않는가. 그렇다고 계산기가 사람보다 똑똑하다고 여기는 사람이 있는가? 이런 질문에는 쉽게 답하기 힘들 것이다. 

 많은 이들이 기계가 인간보다 똑똑해질 것을 우려한다. 미국 작가이자 스릴러 소설의 거장인 스티븐 킹 Stephen King 또한 '이러한 속도로 기계가 발전하면 인간의 시대는 끝난다'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이런 발상 역시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를 비교하는 것과 비슷하다. 메타인지적 관점에서 봤을 때 기계와 인간은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 애초 사람은 기계처럼 실수 없이 행동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2011년 IBM이 만든 로봇 왓슨 Watson이 '제퍼디 Jeopardy'라는 TV게임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제퍼디'는 진행자가 문제를 제시하면 총 세 명의 경쟁자가 버튼을 눌러 문제의 정답을 맞히는 퀴즈쇼다. 왓슨은 이 프로그램에서 두 명의 경쟁자(사람)를 누르고 승리를 거뒀다. 그런데 왓슨이 퀴즈쇼에서 승리했다는 사실만으로 왓슨의 메타인지가 다른 경쟁자보다 높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왓슨과 경쟁자의 결정적 차이는 버튼을 누르는 속도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왓슨은 문제가 제시됨과 동시에 버튼을 누른 반면 나머지 두 사람은 버튼을 누르기까지 몇 초의 시간이 걸렸다. 아마도 두 사람이 메타인지를 사용한 시간만큼 버튼을 누르는 시간도 늦어졌을 것이다. 이것이 인간과 기계의 결정적인 차이가 아닐까 싶다. 실수나 실패할 가능성을 인지한 인간이기에 빠른 속도가 승부를 결정하는 조건에서는 로봇에게 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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