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심리학이 발전하기 전에는 많은 연구자들이 동물로 다양한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자들은 동물의 기억력에 대해 많은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를 쉽게 증명할 방법이 없었다. 일례로 반려인들은 "우리 강아지가 아주 똑똑해요. 산책 후 집을 혼자 찾아올 정도로요"라고 말한다. 반려인의 말처럼 산책 후 제 집을 혼자 찾아가는 강아지는 많다. 그렇다고 해서 강아지가 정말 '기억을 한다'라고 결론지을 수 있을까? 혹 기억이 아니라 냄새로 집을 찾아오는 것은 아닐까? 동물을 통한 실험은 인간을 이용한 실험보다 간단할 수는 있지만 의사소통이 불가능하기에 함부로 결론 내리기도 어렵다.
결국 연구자들은 동물의 기억력을 테스트하기 위해 새로운 실험 방법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단. 미국의 행동주의 심리학자 벌허스 스키너Burrhus Skinner가 만든 '스키너 박스 Skinner Box'도 그중 하나다.
스키너 박스에는 버튼을 누르면 음식물이 나올 수 있는 튜브가 설치되어 있다. 박스 안에 들어간 동물들이 음식을 얻기 위해선 그 튜브와 연결된 버튼을 눌러야만 한다. 연구자들은 이를 통해 동물들이 음식을 덕기 위해 버튼을 누르는 법을 배우는 과정을 살펴보고 학습 한이도에 따라 동물들이 어떠한 행동을 보이는지도 관찰한다.
또한 스키너 박스를 이용하면 동물이 기울이는 '노력의 정도'도 측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버튼을 한 번만 눌러도 음식이 나오게 설계했던 것을 두세 번 버튼을 한 번만 눌러도 음식이 나오게 설계했던 것을 두세 번 버튼을 눌러야 음식이 나오도록 바꾸거나, 버튼을 누르고 3초가 지난 후 음식이 나오게 하는 등 시간차를 가미하는 식이다.
실수와 관련된 실험을 스키너 박스에 들어간 동물과 아이들에게 적용해보면 어떨까?
실패는 행동을, 행동은 습관을 바꾼다
먼저 쥐 실험을 보자. 실험자는 쥐가 뛸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또 다른 구조물인 러닝박스 속에 쥐 한 마리를 넣고 시작점부터 도착점까지 쥐가 뛰는 속도를 측정했다. 이 속도를 기본값으로 설정하고 이어 두 개의 상자 속에 각각의 쥐를 넣었다. 두 상자의 차이점은 버튼의 무게에 있었다. 첫 번째 속에 있는 버튼은 무겁기 때문에 쥐가 최선을 다해 누르지 않으면 음식을 받지 못했지만 두 번째 상자 속의 버튼은 가볍기 때문에 이곳에 들어간 쥐는 큰 노력 없이도 음식을 섭취할 수 있었다.
실험자는 두 집단으로 나눠 쥐들을 훈련시킨 후 다시 한 마리씩 러닝박스에 넣어 뛰는 속도를 측정했다. 무거운 버튼을 통해 실패를 경험한 쥐들은 기본값과 비교했을 때 뒤는 속도가 똑같거나 더 빨라진 반면, 가벼운 버튼으로 실패할 기회가 없었던 쥐들은 달리는 속도가 변하지 않거나 더 느려졌다. 우리는 이 실험을 통해 실패 여부에 따라 행동의 결과가 달라짐을 알 수 있다.
다음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진행된 비슷한 심리학 실험이다. 실험자는 초등학생을 두 집단으로 나누어 수학 문제를 풀게 했다. 다만 A 집단에게는 '4+5=?' 같은 아주 슁둔 문제, 즉 실수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문제를 제출했고, B 집단에게는 '35+24=?' 같이 상대적으로 더 어려운 문제 다시 말해 실수할 가능성이 높은 문제를 제출했다.
각 집단에서 문제 풀이 훈련을 한 후 실험자는 두 집단의 아이를 한 명씩 불러 시험을 보게 했다(이때 아이들이 받은 시험지는 동일하다). 그리고 실험자는 아이들 책상 옆에 정답지를 두고 자리를 비운 다음 이 과정을 몰래카메라로 촬영했다. 그 결과 B 집단의 아이들은 오랫동안 답을 보지 않고 스스로 문제를 풀어내려고 노력한 반면, A 집단의 아이들은 쉽게 포기한 뒤 책상 위에 놓인 정답지를 찾아봤다.
이 실험들은 실패를 통해 실수를 견딜 수 있는 법도 학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게 좋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실수가 두려워 아예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건 더 큰 문제다. 만약 부모가 아이에게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요구하지 않고 정답을 보도록 허용하면 아이들의 이런 행동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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