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육 / / 2024. 6. 28. 09:23

[초등메타인지학습] 조급함에 대처하는 부모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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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된 노력을 하지 않으려면 

 현실과 목표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면 아이와 부모 모두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는 메타인지 판단을 해야 한다. 특히 아아들은 자신의 수준을 제대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말은 쉽게 하지만 아이들이 자신의 수준을 파악하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선행 학습에 익숙한 아이들은 자신의 실제 실력보다 자신의 수준을 높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맞는 수준을 찾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증명한 다음의 실험을 보자.

 심리학자 앳킨슨 Atkinson은 피험자들에게 '쉽다' '보통이다' '어렵다' 등 세 가지 난이도로 분류할 수 있는 단어들을 제시한 후 암기하게 했다. 그 후 피험자를 A, B 두 개 그룹으로 나누어 다시 공부할 기회를 주었다. 단, A그룹에게는 스스로 단어의 난이도를 선택할 수 있게 한 반면  B 그룹에게는 컴퓨터가 일방적으로 배정하는 단어를 암기하게 했다. 그러자 재미있는 현상이 하나 나타났다. A, B 두 개 그룹 모두 '어렵다'라고 판단된 단어를 선택해서 암기하는 경향이 높았고, 피험자들은 어려운 단어를 선택한 후에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 공부하는 모습을 보였다. 컴퓨터는 중간 난이도의 단어를 가장 많이 제시했는데, 마지막 시험 결과 컴퓨터가 제시한 단어를 공부한 그룹의 성과가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실험 결과를 보면서 나는 두 가지 생각을 했다. 첫 번째, 사람은 자신에 대해 완벽하게 알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메타인지 문제와 관련이 있다. 피험자들은 실험에서 '쉽다' '보통이다'로 제시된 단어들을 이미 충분히 알고 있다고 착각했기 때문에 가장 어려운 단어에 집중했던 것이다.

 두 번째, 사람들이 선택한 공부 방법에도 많은 착각이 섞여 있다. 자신이 공부한 부분을 배웠다고 믿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하는데, 자기확신이 없으니 '부족하다고 판단'된 부분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쏟은 것이다. 어려운 단어에 집중하면 당연히 다른 단어들을 암기할 시간이 부족해진다.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피험자들은 자신이 암기를 끝냈다는 확식이 없었기에 계쏙 그 공부를 끌고 나간 것이다. 어찌 보면 '헛된 노력 laboring in vain'을 한 셈이다.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 배운 게 별로 없는 안타까운 상황인 것이다.

 

[초등메타인지학습] 조급함에 대처하는 부모의 자세

속도와 깊이의 균형 잡기

 메타인지에 관련되 이야기를 하다 보면 '부모나 선생님이 아이의 공부 방법을 결정해 주면 되지 않느냐'라고 반문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성인은 아이의 지도자여야 한다는 생각에서 나온 발상인 듯하다. 물론 어른이 아이보다 똑똑할 수 있지만 그들은 아이 자신이 아닌다. 아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부모가 아닌 아이 자신 아니겠는가?

 메타인지를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가 어릴 때부터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주고, 스스로 자기 수준을 판단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아들이 유치원에 다닐 때의 일이다. 어느 날 아이의 표정이 유독 어둡길래 유치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물었다. 아이는 유치원에서 받아쓰기를 했는데 자신이 가장 늦게 답을 써냈다며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도 전에 우리 아이 또한 빠른 경주가 중요하다고 여기기 시작했다는 신호였다. 순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아이가 왜 벌써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됐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어린아이들에게 경주는 재미있는 게임이다. 어른이 나도 아이들의 운동회에 가면 즐거운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서 뛴다. 학습도 놀이처럼 즐겁다면 공부도 당연히 재미있을 것이다. 하지만 학습은 재미만으로는 할 수 없다. 즐거운 것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진지해야 한다. 학습에 동기부여가 필요할 때 재미와 즐거움이 어느 정도 도움은 되지만, 이 경우에도 재미보다는 학습이 우선시돼야 한다. 아이에게 받아쓰기는 경주가 아니며 받아쓰기를 왜 배우는지 그 의미를 정확히 설명해 주는 게 먼저다.

 실제로 유치원이나 학교에서는 받아쓰기 시험을 볼 때 느린 아이를 기다려줄 여유가 없다. 외부에서 빠른 속도를 요구받는 아이에게 부모까지 '빨리 빨리'를 외쳐서는 안 된다. 집에서라도 '학교가 바라는 속도'가 아닌 '내 아이의 실력에 맞는 속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부모까지 빠른 속도를 강요하고 실수를 허락하지 않으면 아아는 모든 배움을 '경주'라고 이해할 수밖에 없다.

 아이들에게는 각자 제 속도에 맞춰 메타인지를 키우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와 동시에 아이들은 빨리 돌아가는 세상도 따라가야한다. 그와 동시에 아이들은 빨리 돌아가는 세상도 따라가야 한다. 이는 어른도 힘든 일이다. 내 아이를 도와주고 싶다면 제 스스로 속도와 깊이의 균형을 잡을 기회를 주자. 아이가 실패를 통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깨닫는 과정을 허락하자. 여기서의 '과정'을 다른 말로 하면 부모가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는 시간이다. 따라서 '시간 = 아이를 향한 부모의 믿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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